<블랙독 9회 줄거리 리뷰>
수많은 인연 사이에서 어떤 인연은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응어리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떨땐 스쳐 지나갈거라고 생각했던 인연이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비까지 내리는 저녁 늦은 시간 대치고를 찾아온 한국대 입학사정관 송찬희(백은혜). 박성순(라미란) 부장은 진학부 교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입학사정관의 전화를 받았고 학교에 도착했다는 얘기에 교장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장실에 만나기로 했지만 역시나 교장은 대치고에서 4년이나 기간제로 일했던 송찬희 입사관을 모르는 눈치였고...
학교가 많이 바뀌었네요.
저희 학교를 잘 아시나보죠?
장교수님이 제 선임인데 평소에 말씀을 많이 하셔서요.
마지막 남은 불씨조차 살리지 못했다.
그럼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근데 선생님. 저여도 정말 괜찮으신거죠?
무슨 말씀이신지.
장교수님에 비해서 저는 커리어가 부족해서.
아닙니다.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그럼 또 뵙겠습니다.
또 뵐 수 있으면 뵙죠.
박성순 부장은 이번 입시설명회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대치고 학부모 운영위원회에서 실적이 좋지 않은 진학부를 없애자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4일 밖에 남지않은 입시설명회.
성순은 강의 내용을 전면 수정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도연우(하준) 선생은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대 입사관을 고집하는 박부장이 이해되질 않았다. 다른 학교처럼 유명학원 강사들을 초빙해서 진행해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부장의 생각은 달랐다.
얻는거 말고 놓치는 것도 따져봐요.
한국대 입사관을 놓치면 어떤 큰 걸 놓치게 되나.
대학에서 직접 입시설명회를 나온다는건 그 학교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직접 확인해 보겠다는 의지이다. 그동안 대치고는 학종으로 한국대에 학생을 거의 합격시키지 못했다. 몇년간 동네 학교에서 한국대 의대를 돌아가면서 배출하는 동안에도 대치고만 전무했다. 확실히 대치고는 한국대에 무언가 부족한 학교로 낙인 찍힌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박성순 진학부장은 이번 기회에 한국대에 어필하고 싶은 거였다. 대치고도 학생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얼마남지 않은 입시설명회 강의 내용을 수정하겠다는 박성순 부장의 제안에 송영태(박지환) 3학년부장은 몹시 화를 냈다. 무리하게 내용을 수정하다가 입시설명회가 망하기라도 하면 이어서 진행될 학부모상담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진학부의 입시설명회는 학교 전체에 사활이 걸린 중요한 행사였다.
저희 대치고는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대치고의 전성기 저희 진학부에서 만들어보려 합니다.
교감까지 태클을 걸어왔지만 박부장은 끝내 강의내용 전면 수정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 강의에 내용을 추가하거나 다듬는 것 만으로는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획기적으로 새로운 판이 절실했다.
학종전형 키워드가 성장이자나요.
우리 애들이 성장하고 있다. 학교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핵심인거 같은데요.
고하늘(서현진) 선생의 제안은 분명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진학부에서 만들어 놓은 강연내용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성장이란 두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휴식시간을 이용해 간식을 사러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린 하늘. 그 곳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강의내용 이 느낌으로 보여주는건 어떨까요?
유명브랜드 아이스크림의 광고 카다로그.
처음엔 성공한 기업의 모습을 광고에 담았지만 매출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이후 정반대의 컨셉으로 잡은 광고는 대박이 났는데...
지금의 잘된 모습이 아니라 맨 처음 허름한 주유소에서 시작했던 힘들었던 모습을 보여준거죠. 봐라 우리는 이렇게 바닥에서부터 올라왔다. 결국 이게 성장이라는건데 그러려면 한번 바닥친 모습도 보여줘야 된다는거죠.
우리도 바닥친 것부터 먼저 보여주고 시작을 하자?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자칫 한국대나 학부모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위험부담이 문제였다. 매체 광고야 반응이 좋지 않으면 당장 바꾸면 그만이겠지만 입시설명회는 광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번 낙인이 찍혀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내내 1등급인 학생보다는 3~4등급이었던 학생이 1등급이 되는게 더 임팩트가 있다. 그거자나. 일단 고하늘 선생말처럼 수정 한 번 해보죠. 이카로스도 언급하고.
고심끝에 박성순 부장은 하늘의 말대로 수정을 하기로 했다.
재현이와 유라가 또 싸우다가 교무실로 불려웠다.
하늘이가 도착해서도 도통 화해를 하지 않는 아이들.
아이들의 처분을 재촉하는 송영태 부장에게 하늘은 하는 수 없이 생기부를 언급했다.
서로 화해하면 위클래스로 보내겠습니다.
안하면 교칙대로 학폭보내고 생기부에 적겠습니다.
하늘의 말이 끝나자마자 상황 판단이 빠른 유라가 먼저 사과를 했다. 한국대 의예과에 가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버렸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저희 동아리 어디가면 안되요? 병원, 연구실 이런데요.
어떻게 가려고 그런데는?
그게...
너희 부모님이 의대 교수님이라고 하지 않았어?
멍하니 있다가 유라에게 눈탱이 맞은 재현이.
물론 하늘을 제외한 교사들은 유라의 의중을 꿰뚫고 있었다.
머리가 좋은거지 진유라가.
어떻게 저렇게 깜찍한 생각을 하지?
물건은 물건이다.
쟤 지금 인맥품앗이 하겠다는거지?
뭔데요 그게?
이번에는 구재현이 아버지, 다음에는 다른 부모. 쟤 지금 동아리 부모들 인맥 총동원해서 스펙 쌓기 하려는 거에요. 아니 뭐.. 선생님 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고.
이거 애들 대학가는데 도움되는거죠?
당연하지. 학종에선.
그럼 하겠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꼭 의대를 가야한다는 유라의 고민을 알고 있는 하늘은 학생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기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드디어 입시설명회 당일.
3학년 뿐만 아니라 1,2학년 학부모들까지 참여하는 바람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판은 제대로 준비를 마쳤으니 이제 4개월동안 준비해 온 것들을 제대로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인데 좀 늦는다고 1부 먼저 시작하고 있으랍니다. 제가 여기 있을테니 부장님께는 도착했다고 전해주세요. 당황하면 강의도 망칠 수 있으니까.
혹시나했던 입사관이 말썽이었다.
많이 늦는대? 온다고 했으니 오겠지.
아무래도 안 올 것 같은데요.
하늘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입사관의 연락을 받은 연우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곁에서 지켜보던 윤여화(예수정) 선생의 말처럼 과연 오기는 하는걸까...
그 때 학교 정문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연락을 받은 연우는 서둘러 정문 주차장으로 달려갔고 그 곳에 기다리던 입사관이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사전에 요청을 안해둔 것인지 학부모도 아닌 외부인의 출입을 정문에서 막아선 것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윤여화 선생이 한 눈에 송찬희 입사관을 알아본 것이다.
송찬희 선생님?
어떻게 왔어? 잘 지냈지?
선생님...
근데 왜 그동안 연락을 안 받았어?
쌤 학교 그렇게 나가고 내가 얼마나 전화를 했는데.
제가 번호가 바뀌어서요.
잊혀졌다고 생각한 공간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주며 손을 잡아준 윤여화 선생님 덕분에 차갑게 식어있었던 송찬희 입사관의 마음도 눈 녹듯 풀어졌다.
수많은 인연 사이에서 어떤 인연은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응어리지기도 한다. 그리고 맺힌 응어리는 의외로 단순한데서 풀리기도 한다.
강심장인 박성순 부장도 긴장하게 만드는 학부모앞에서의 강연. 하지만 한국대 입사관의 모습을 확인하자 안심이 되었고 1부 진행은 하늘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진학율이나 선호도가 대치동에서 꼴찌죠.
다들 아는 사실인데 뭘 놀라십니까.
실제로 대치고를 희망해서 1순위에 온 학생들은 없었다. 대부분 자사고나 한국고를 썼다가 떨어져서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박부장은 쉽게 꺼내기 어려운 대치고의 현실을 가감없이 공개하며 바닥부터 천천히 다져나갔다.
이런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고치진 못했습니다.
지금부터 올해 바뀐 대치고의 시스템과 교육과정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결국 성장을 보여주려면 어쩔 수 없이 바닥을 친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절정에 다다를 수 있다.
당장 개선하여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부터 빠르게 변화하기로 한 부분과 이카로스 동아리를 통해 심화수업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적극적인 가입을 유도하는 내용까지 이어지자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처음과 달리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송찬희 입학사정관은 박성순 부장의 마이크를 이어받아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었다. 모두는 아니었지만 자신을 따뜻하게 기억해 준 한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렇게 입시설명회는 무사히 끝이 났고,
송찬희 입학사정관은 예정에도 없었던 3학년 학부모상담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주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반가웠습니다 선생님.
저는 사는게 꼭 천미터 오래달리기 하는거 같은데 선생님은 사는게 놀이터구나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어떻게 여기 다시 와 보니까 그건 아니었겠구나. 사는게 놀이터인 사람은 없는거지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올 때와는 다른 마음을 간직한 채 송찬희 선생은 학교를 떠날 수 있었다.
유라의 부모님만 참석하지 않은 걸 알게 된 하늘.
집으로 돌아가던 재현이가 정문에 홀로 있는 유라의 얘기를 하늘에게 전했고 급히 달려간 그 곳에 유라는 홀로 울고 있었다.
점심은 먹었니?
저녁은? 아직 안먹었지?
못 되게 굴은 자신에게 밥은 먹고 다니는지 걱정해주는 하늘쌤 때문에 유라는 더욱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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