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여행2019. 8. 17. 10:54

돈코츠라멘

다녀간지 10년 가까이 되었지만 아직도 성업중인 홍대 '하카타분코'의 '인라멘(돈코츠라멘)'의 맛은 아직도 뇌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습니다. 오사카에서 먹어본 '금룡라멘'보다 더욱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는데, 당시에도 유명한 곳이어서 40분 정도 길게 줄을 서서 간신히 들어간 기억이 납니다. 이후로 여러번 발길을 했지만 방송에도 여러차례 소개되고 더 많은 이들이 맛을 보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이제는 가 볼 엄두가 나지 않는 성역이 되어버렸습니다. 

 

입맛이란 것이 참으로 간사하여 다른 이가 만든 음식에서도 애써 그 기억을 끼워 맞추려 하는 못된 습관마저 생기기도 했는데, 시간이 흘러서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라멘을 먹으러 갈 때 맛에 대한 기대감은 내려놓고 다니는 편입니다.

 


 

 

 

<멘야칸지루> 

서울 강동구 아리수로 93길 27 강일타워 2층

영업시간 : am 11:30 ~ pm 9:00 (매주 화요일 휴무)  / 주차가능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생각지도 않은 낯선 동네 지하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탄 뒤 2층에 내려보니

하카타라멘 전문점 '멘야칸지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음식점이 1층에 있지 않으면 아무래도 오고가는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아서 불리한 것은 당연지사일텐데, 이 곳 역시 2층에 자리잡고 있어서 입소문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면 무척이나 맘고생할 것만 같아보입니다.  

 

 

한글과 영어의 역동적인 글꼴과 청색과 적색의 조화로움이 낯선 공간에 있는 이에게 안정감을 주기까지 합니다.   

 

 

'멘야 칸지루' - '국수가게를 느끼다' 정도의 내용으로 보이는데 한 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라스트오더 시간에 맞춰서 온 덕분인지 손님은 저희 밖에 없었습니다. 매장 안을 한 눈에 담아보고 싶어서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았습니다.

 

대략 20여명 안팎의 좌석이 갖춰져 있는데 공간은 좁았지만 좌석 배치가 이상적으로 되어 있어서 만석이 되어도 큰 불편함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벽면에 주력 라멘 세가지(돈코츠라멘, 카라구치라멘, 미소라멘)를 손님들이 간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어떤 라멘을 주문하면 좋을지 결정장애가 있는 분들도 큰 고민을 가질 필요가 없어보입니다. 

 

 

멘야칸지루는 자가 제면을 한다고 합니다.

입구 들어오자마자 오른켠에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시선을 끌었습니다.  

제면하는 모습을 손님들이 보기란 어려운 일일테지만 오히려 직접 눈으로 본다면 이 곳의 매력은 더욱 커질 것만 같습니다.  

 

 

멘야칸지루 메뉴

큼지막하게 구성된 메뉴판이 가독성 좋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매운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카라구치라멘과 얼얼한 마라라멘이 눈길을 끌었지만 모험을 하기보다는 원래 생각했던 돈코츠라멘을 먹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또 된다면 다른 것도 주문해 보고 싶네요.

 

큰 망설임없이 애초 생각했던 돈코츠라멘(7,000원) 그리고 차항(5,000원), 오코노미야끼(9,000원)

이렇게 세가지를 주문했습니다. 

 

가격대는 그동안 다녀봤던 라멘전문점과 비교해서 다소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물론 가격보다는 맛이 중요하겠죠.

 

 

멘야칸지루 라멘 이야기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무료한 시간을 달래줄 읽을거리가 준비되어 있는 음식점을 아끼는 편입니다.

그저 메뉴판만 덩그러니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곳을 잊어버릴텐데, 본인들이 정성껏 손님들에게 내주는 음식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알려주면 기다리는 동안 손님들의 맛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죠. 

 

메뉴판과 마찬가지로 글씨 크기도 적당하고 가독성 좋은 글꼴을 사용하여 포인트되는 부분을 강조한 세심한 부분이 엿보입니다. 이런 정보들은 함께 하는 이들과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갈 수 있는 장을 열어줌과 동시에 무료함을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음식점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요새 가는 곳들은 한두가지 이벤트를 알리는 문구는 꼭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간대만 맞는다면 같은 가격으로 사이즈업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하니 꽤 괜찮은 조건이네요.

 

 

2인이 앉는 좌석인데 메뉴판과 양념통들이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습니다.

 

 

돈코츠라멘

약 15분정도 지나서 하카타식 일본 3대라멘인 돈코츠라멘이 나왔습니다.

고명 중에 크기가 제법되는 달걀이 눈에 띄었는데 반숙상태로 되어 있어서 국물에 살짝 풀어서 함께 먹으니 풍미가 좋았습니다. 

 

 

국물이 진해보여서 우선 한시름놨는데 맛 또한 진했습니다. 

 

 

멘야칸지루에서는 압축과정을 3번 이상 거쳐서 호소멘(가는면)을 자가 제면하여 숙성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사진을 찍는 핑계로 면에 국물이 충분히 스며들 시간을 좀 더 내 줍니다. 그래야 면따로 국물따로와 같은 참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여유를 갖는다면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오코노미야끼

피자 느낌이 물씬 나는 오코노미야끼가 나왔습니다. 

아이가 워낙 좋아해서 주문을 해보았는데 역시나 라멘보다 더 잘 먹네요. 

 

 

대충 몇 번 왔다갔다해도 그만일 소스를 촘촘하게 데코한 것이 의외로 식욕을 돋구는데 일조합니다.

 

 

크게 한 조각을 덜어내어 봤습니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면 안되지만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하여 살짝 갈라봅니다.

잘게 다져 들어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쉽게도 눈에 들어오는 특별한 무언가가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좀 더 가격을 올리더라도 맛과 식감을 더할 수 있는 굵직한 해산물들을 추가하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그래도 가격대비 맛은 꽤 준수한 편이었습니다.

 

 

차항

차항은 일본식 철판 차슈볶음밥입니다.

맛있는 볶음밥 만들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무엇보다 밥이 꼬들꼬들해야 식감을 더하여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멘야칸지루의 차항은 꼬들한 식감이 적당히 좋았고 가격마저 착하여 만족스러웠습니다. 

 

 

양도 생각보다 적지 않았는데, 아이들도 호불호 없이 좋아하는 맛입니다.

 

 

음식점을 가성비로 평가하는 것은 실례가 되는 일이긴 하지만 착한가격과 군더더기 없는 기대 이상의 깔끔한 맛 또한 갖추고 있어서 만족스러운 저녁식사였습니다.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관련 음식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요즘인데, 이 곳 역시 생각치 않은 된서리를 맞지는 않을까 글을 쓰면서 갑자기 염려가 되네요.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