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2019. 8. 14. 17:36

 

둔촌아파트 재건축 철거 현장

며칠전에 발표된 분양가 상한제로 관련된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운 요즘인 것 같습니다.

재건축, 재개발과 아무런 관련 없는 이들 조차도 도대체 무슨 정책이길래 이렇게 연일 시끄러운지 조금씩 관심을 가지며 쏟아지는 기사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분양가상한제가 발표된 이후 국토부의 브리핑 내용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책적으로 모순이 되는 사항이 나와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선 쟁점이 되고 있는 두가지 정책의 정의를 알아봅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제외하고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는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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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공동주택의 분양가를 산정할때 일정한 표준건축비와 택지비(감정가)에 가산비를 더하여 분양가를 산정하고,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한 제도.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두 제도가 모순이 된다는 점입니다.

 

작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부활시키면서 정부는 미실현이익을 법률상 확정된 재산권으로 보고 분양이 완료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장래 이익 과세이기 때문에 정당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을 함에 있어서는 분양승인 전 조합원의 가치는 '확정된이익'이 아닌 '단순기대이익'이기 때문에 소급적용을 해도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재초환과 정반대의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똑같은 분양 전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하여 재초환에서는 재산권으로 인정하여 과세를 하면서도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을 발표하면서는 단순기대이익으로 치부하며 법률상 재산권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상충된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법리적으로 동일 잣대를 가지고 판단하는 문제는 관련 전문가들이 좀 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하겠지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결과를 미리 잡아두고 뒤늦게 논리를 끼워 맞추다 보니 심각한 오류가 생긴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앞서 재초환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오늘 주식을 사서 이득을 봤지만 당장 내일 주가가 곤두박질쳐 손해를 봐도 오늘 기준으로 이익이 발생했다면 무조건 세금을 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비아냥대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번 분양가상한제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현장인 둔촌주공아파트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2년전 이주를 마치고 석면 제거에 들어갔지만 주변 민원으로 상당기간 지연이 되어 결국엔 생각지도 못했던 분양가상한제라는 철퇴까지 맞게 된 것입니다. 철거가 지연되면서 적지 않은 손실이 발생되는 와중에 분양가상한제라는 더 큰 난제에 부딪히게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분양가상한제 정책 발표에 있어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 대목이 있었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공분을 샀던 부분은 바로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이 조합원의 기대이익보다 크다고 볼 수 있음' 입니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내가 이 정책에 대하여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면 그저 돈에 눈이 멀고 공익에 반하는 행동이 되버리는 것은 아닌지 자괴감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참으로 쓰라리고 아픈 문장일 것입니다.  

 

원조합원들은 길게는 2~30년 가까이 오랜 세월 낡은 아파트에서 녹물을 먹어가며 평생 소원인 새 아파트에 다시 돌아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 이들입니다. 그런 이들이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가져간들 그렇게 문제가 되고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것일까요? 소위 운좋게 로또 분양으로 시세 차익을 가져가는 일반분양자들이 공익이라는 명목하에 조합원들이 가져가야 할 이익을 가로채는 일이 오히려 부당해 보입니다. 

 

분명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다고 했습니다.

조합원들도 국민입니다. 그렇다면 조합원들의 주거 안정도 분명 살펴봐 주어야 합니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갑작스런 사업 악화로 최대 수억원의 추가분담금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국민인 조합원들은 자신의 새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국가에서 재건축을 진행해도 좋다라는 정식 허가인 관리처분인가를 힘겹게 받아냈고 이주 또한 국가에서 원하는대로 몇개월씩 지연한 끝에 가까스로 이주를 하였습니다. 기부채납도 원하는 만큼 하였고 임대주택도 넣으라는 만큼 부족함 없이 내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정들었던 집을 철거하는 와중에 이제와서 100원에 팔기로 서로 약속한 것을 사정이 생겼으니 갑자기 50원에 팔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억울한 일이 아닐까요?

 

억울한 일을 당하면 어디가서 하소연이라도 할텐데 공익을 위한다는 명목때문에 조합원들은 홀로 냉가슴 끌어안고 그저 깊은 한숨만 쉴 수 밖에 없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적어도 현재의 상황으로 봐서는 조합원들은 국민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보입니다.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조합원들을 두고 비아냥거리고 놀려대는 이들이 보입니다.

참으로 이기적이고 추악해보입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이토록 기뻐하다니 무섭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상심한 이들을 다독여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타인의 불행으로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은 제발 거두워주기를 바랍니다. 

 

아직 분양가상한제의 구체적인 시행 지역과 시기가 정확하게 나온 것은 아닙니다.

또다시 관련된 이들은 10월까지 두려움과 걱정스러움에 힘겨운 하루하루를 견디며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합니다. 

다만 바라건대 조합원들도 국민의 한 사람이란 점을 간과하지 마시고 모든 정책이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 정책으로 인하여 피눈물을 흘리고 억울한 희생양이 되는 이들은 단 한사람도 없기를 바래봅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