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1. 10. 17. 13:50








이번주 <나는가수다>에서는 호주 멜버른에서 펼쳐지는 8라운드 2차경연을 앞둔 중간평가 무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호주에서 펼쳐진 공연소식이 어느 정도 알려진 뒤라 조금은 맥이 빠지는 방송이긴 했지만, 공연을 앞두고 경연
에 참여하는 가수들이 과연 어떤 선곡을 들고 나왔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중간평가 무대에서는 유독 눈에 띄는 선곡을 한 가수가 있었는데 바로 김경호였습니다.
김경호가 선택한 곡은 1997년 발매된 고한우의 <암연>이었습니다.
애잔한 이별가사와 멜로디로 드라마에 삽입되어 큰 인기를 얻은 락발라드곡입니다.
가수 이름 만큼이나 노래 제목이 다소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첫 소절만 들어보면 아~ 이 노래 하고 무릎을 탁 칠 수 있을만큼 너
무나 귀에 익은 가사와 멜로디일 것입니다.
게다가 이 노래는 실제로 노래를 부른 고한우의 자전적인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것이 알려져 대중들에게 더욱 큰 사랑을
받은 곡으로도 유명합니다.  


고한우에게는 3년간 자신을 헌신적으로 지켜주고 보살펴주던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가 대학시절 통기타를 메고 활동하던 시절 선배의 소개로 백화점에서 일을 하는 한 여성을 소개받았습니다.
그 여인은 고한우에게 온갖 정성을 다해 사랑을 받쳤지만, 그는 그런 사랑을 잘 몰라주었습니다.
그녀는 고한우와의 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 온갖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는 오히려 그녀를 매번 아주
오랜시간동안 기다리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교제한지 3년이 지난 어느날 갑자기 이별을 고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서로의 불확실한 미래에 마음을 다잡지 못했던 그녀는 불가피하게 이별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이별하던 날, 고한우는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집으로 들여보내고 되돌아가다가, 눈물을 머금고 이젠 그녀가 들어갔겠지하고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더니 그녀
가 집 앞 가로등 아래에서 떠나가는 자신을 하염없이 지켜보고 서 있는 것을 보게됩니다.
고한우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가 진정한 사랑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은 뒤였습니다.
그는 이별의 아픈 순간을 일기로 적어 놓은 후, 노래로 만들어 공연을 하는 도중 종종 부르게 되었는데 아쉽게도 미처 제목을 붙이
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가장 친한 친구가 고한우의 이 노래에 제목을 지어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암연 : 연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을 때의 아득함>이라고 합니다.



극한의 슬픔이 담겨져 있는 곡입니다.
노래 한 곡 만으로 감히 다 풀어내고 털어낼 수 조차 없는 큰 아픔이 담겨져 있는 노래입니다.
소리내어 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없는 철저하게 자신의 마음 속에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내야만 하는
극한의 슬픔이 담겨져 있는 곡이기에 결코 쉬운 노래가 아님을 누구보다 김경호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평소대로라면 김경호의 시원한 샤우팅으로 슬픔을 더욱 증폭시켜 오히려 그 슬픔을 잊을 수 있게 해주는 그 무언가를 기대하고 싶
었지만, 그는 원곡에 담겨져 있는 슬픔과 감동을 전하기 위해 오히려 절제된 스타일을 선택하는 모험을 걸었습니다.

김경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전혀 상반되는 곡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동안의 경연을 되짚어보면 그는 매 회마다 조금씩 다르게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경호는 청중평가단의 반응과 호응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청중평가단의 구미에 맞는 스타일의 선곡과 그에 어울리
는 편곡을 하려고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꼴찌나 탈락을 면하기 위해 또는 한껏 욕심을 내어 1위에 오르기 위한 꼼수가 아닙니다.
그저 김경호는 나가수라는 최고의 무대위에서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평소 자신이 선보이고 싶었던
음악세계를 대중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김경호하면 떠올랐던 폭발력 넘치는 샤우팅과 파워풀한 모습 대신에 때로는 극한의 슬픔을 무작정 토해내고 내뱉어버리기
보다는 자신의 내면으로 집어삼키는 절제된 모습을 선보임으로써, 듣는이로 하여금 더욱 큰 슬픔과 감동을 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서 시험해보고자 한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욕심만 무작정 채우기 보다는 청중평가단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주기
를 바라는 김경호의 모습은 꼼수나 욕심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김경호표 발라드는 이미 여러차례 검증된 바 있습니다.
대표적인 곡을 한 곡 꼽아본다면 2004년 7.5집 앨범에 수록된 리메이크곡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께요>를 들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곡은 1988년 장혜리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평소에 김경호가 꼭 불러보고 싶어했던 애창곡 중에 하나였습니
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 역시 이별의 아픔을 전하고 있는 노래로써, 당시 김경호의 스타일과는 너무나 다른 최대한 폭
발적인 샤우팅을 절제하고 발라드의 느낌을 더욱 살렸던 노력 덕분에 이후 김경호의 대표적인 발라드 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
던 명곡중의 하나입니다.
김경호가 자신이 머릿속으로 그려놓은 그대로 한치의 오차없이 <암연>을 불러준다면,
그는 이전보다 한층 더 성숙하고 완성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분명히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비록 임팩트있는 모습 대신에 절제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전하고자 한 그의 의도가 청중평가단에게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다해도, 음악에 대한 그리고 무대를 위한 김경호의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하는 정신만큼은 높이사고 싶습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