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2020. 3. 11. 16:36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둔촌주공아파트의 새로운 이름이 에비뉴포레로 결정되었다.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3일까지 서면 투표를 진행한 결과 '에비뉴포레'가 과반 이상 득표를 하며 최종 선정이 된 것이다. 에비뉴포레(Avenue Foret)는 길숲동네와 가로공원 등 둔촌아파트의 입지환경과 특징을 담은 이름이다.






조합은 또한 이번 투표를 통하여 새로운 단지 이름에 올림픽파크를 포함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올림픽파크를 에비뉴포레 앞과 뒤 중에서 어디에 위치할지는 이사회에 위임하여 네이밍업체 및 현대사업단과의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


한편, 조합원 카페에서는 향후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에서 에비뉴를 제외하고 최종 올림픽파크포레로 조정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사회에서 올림픽파크를 에비뉴포레 앞으로 위치시켜야만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언급한 것처럼 최종 결정은 이사회 협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원하는 바와 달리 올림픽파크가 에비뉴포레 뒤쪽으로 위치할 수 있는 여지도 남은 셈이다.


단일 시공사의 경우 아파트 이름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통상 소유자 75%이상이 참여하여 집회 결의를 하거나 80% 이상이 서면으로 동의해야 한다. 시공사가 해당 단지 아파트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공사로부터 변경허가 사용승낙서를 받아야 하는데,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최초 공모를 통하여 진행해 왔기 때문에 모든 권한은 조합에 귀속되어 있다.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 vs 올림픽 파크 포레


둔촌주공아파트의 새로운 이름 선정은 다소 독특한 과정을 통하여 진행되었다.

애초 조합원들은 공모전을 통해 추려진 최종 3가지(델루시아, 이스텔라, 에비뉴포레)중 총회를 통해 1,2위가 된 '델루시아'와 '에비뉴포레' 와 조합원 카페에서 의견을 모아 최종 수렴된 '올림픽파크포레', 이렇게 3가지 안을 두고 전체 조합원들에게 서면 투표를 진행할 것을 조합 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조합은 조합원들의 의견과는 달리 애초 3위를 차지한 이스텔라까지 재투표에 다시 넣은 후 서면 투표에서,


첫번째, 델루시아, 에비뉴포레, 이스텔라 중 택1.

두번째, 올림픽파크 포함 여부 선택.


이라는 복잡한 방법으로 조합원들의 의견을 구했다.


최종 1, 2위에 오른 후보와 조합원들이 새롭게 제안한 올림픽파크포레 이렇게 세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면 간단한 일인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어찌됐든 카페를 중심으로 조합원들의 노력 덕분에 올림픽파크가 들어가게 되었고 복안대로 세가지 중에서 에비뉴포레가 선택되어 둔촌주공아파트의 새로운 이름은 올림픽파크와 에비뉴포레가 결합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언급한 것처럼 아직 올림픽파크가 어디에 들어갈지가 미지수인데,


(1)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

(2) 에비뉴포레 올림픽파크


(2)와 같이 올림픽파크가 뒤로 배치될 수 있는 여지도 남아있는 것이다.


아파트명은 짧고 간결할수록 좋다.

차고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라는 말처럼 다듬을 수 있고 뺄 것이 있다면 과감히 가지를 쳐내야만 하는데 이 부분은 아래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한다.




왜 올림픽공원(파크)을 넣을까?


어떤 기사를 통해 둔촌주공 아파트의 새로운 이름에 랜드마크인 올림픽공원이 들어가는 것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요는, 강동구 소재 아파트가 송파구에 있는 공원을 왜 건드리는지와 랜드마크를 넣은 이름이 구태의연하다는 지적이었다.  


우선 지역 랜드마크를 아파트명에 넣은 단지 중 가장 인상깊은 곳은 경희궁 자이다.

고풍스러운 랜드마크와 시공사 브랜드명이 자연스럽게 결합함과 동시에 간결하기까지 하니 임팩트가 남다르다. 혹자는 아파트 이름 제대로 지은 덕분에 1억이상 프리미엄이 붙었다고들 하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 외에도 북한산 힐스테이트, 서울숲 리버뷰자이 등 아파트 명에 랜드마크를 넣는 경우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둔촌주공아파트에서 살았거나 실제 다녀본 사람들은 단지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각선으로 약 1km가 넘는데 보훈병원쪽 아파트 맨 끝에서 올림픽공원까지 걸어가려면 먼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통상 그러하듯 아파트 단지 초입(지도상의 시작점은 재건축후 랜드마크동 문주 위치)에서 올림픽공원까지 거리를 재본다면 지도와 같은데, 보성중고를 지나 동문으로 간다고 해도 별 차이는 없다. (참고로 보훈병원 쪽 끝 단지에 살게될 주민들은 올림픽공원이 멀다면 일자산을 이용하면 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특정 동네를 언급하기는 좀 그러니 각설하고, 이 정도 거리라면 둔촌아파트의 새 이름에 올림픽파크를 넣는 것이 무리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실제로 둔촌주공 주민들은 올림픽공원으로 산책을 많이 나가기도 했는데 도보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만큼 지근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림픽공원은 송파구가 아닌 서울시 소유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며, 조건만 맞는다면 아파트명으로 사용해도 무관한 것이다.


억지 의미를 부여하여 도통 무슨 뜻인지조차 알 수 없는 요상한 이름(델루시아, 이스텔라 기타 등등)을 떠안기보다는, 


1. 랜드마크인 올림픽공원(Olympic Park)

2. 단지 뒷편의 일자산 숲(Forest)

3. 네이밍 공모시 조합이 원한 컨셉(길숲동네+가로공원=Avenue Foret)

= Olympic Park Avenue Foret


인접한 지리적 환경과 특징을 최대한 부각시켜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차선책으로 괜찮아 보인다. 


물론 단군 이래 전무후무한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의 새 이름을 멋드러지게 지어냈다면 더없이 좋았을 일이겠지만, 전국 공모를 통해서 조차 마땅한 이름이 없었다고 하니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올림픽파크가 들어간 주변 단지는?


둔촌주공아파트 인근에 올림픽파크(공원)가 들어간 단지를 살펴보면 대략 아래와 같은데,


성내 올림픽파크 한양수자인

잠실 올림픽(공원) 아이파크

올림픽파크 (동부)센트레빌

힐데스하임 올림픽파크


올림픽파크가 들어가다보니 길어질 수 밖에 없고 줄여서 부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모든 단지에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아파트 풀네임보다는 줄여서 부르는 경우도 많은데, 경희궁자이는 경자, 아크로리버파크는 아리팍,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마래푸,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고래힐처럼 말이다.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 역시 길다.

주변에 있는 여타의 단지들과 차별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올림픽공원 근처에 있는 아파트겠거니...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아파트 이름을 간결하게 줄이면 된다.


조합원들의 복안대로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에서 '에비뉴'를 빼버리는 것이다.


그럼 아래와 같이 된다.


올림픽(상징성)+파크(공원)+포레(일자산숲) 

올림픽 파크 포레(OLYMPIC PARK FORET)


이렇게 하면 아래와 같이 줄여서 부를 수 있다.


올파포 or 올포 or 올포레


사견이지만 셋 중에 올포레가 갤러리아 포레 느낌도 나고 어감도 부드러워 괜찮은 듯 보인다. 참고로 한남더힐과 마찬가지로 고가아파트 순위에 자주 오르내리는 성수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포레는 갤러리(미술관)와 포레(숲)의 합성어로 실제 이 건물 G층에는 본다빈치뮤지엄 서울숲 미술관이 위치해 있다. 


아파트 이름을 지을 때는 줄여서 부를 경우를 대비하여 어감이나 뉘앙스도 신경써야 한다.

혹여나 줄여 부를때 악의적으로 놀림거리가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만 하는데,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의 경우 '올포레'로 부를 수도 있지만, 자칫 '올에비' '올애비' '홀애비'가 될 수도 있으니 소모적인 논쟁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에비뉴'는 필히 제거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둔촌주공, 집의 시간들


이제 남은 과정은 언급한 것처럼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에서 '에비뉴'를 삭제하는 과정이 남았는데, 아파트 이름에 관한 지적재산권은 모두 조합에 귀속되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고 의견을 취합하여 조합에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방법 뿐이다.


다만, 둔촌주공의 경우 현재 HUG와의 분양가 협의가 최우선 해결과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매듭진 후에나 본격적으로 의견수렴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많지는 않다. 분양가 협상이 결렬될 경우 후분양도 고려해야겠지만 극적으로 타결이 되어 일반분양에 돌입한다면 새로운 아파트 이름을 내걸고 적극적인 홍보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둔촌'이라는 이름이 신규 네이밍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브랜드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 가듯 고가아파트의 대명사인 한남 더 힐처럼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둔촌 더 원(The 1)이라고만 지어도 '둔촌'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있다면 구구절절한 수식어들보다 낫지 않을까?


물론 재건축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손도 제법 바뀌었고 새롭게 조합원이 된 이들 중에는 '둔촌' 을 둔하고 촌스럽다며 꺼릴 수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삶의 터전이었던 원주민들에게 '둔촌'은 추억 그 자체이기에 더더욱 아쉽기만 하다.  





영화 <집의 시간들> 中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