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1. 10. 11. 07:00









지난주 해피투게더는 목욕탕을 잠시 벗어나 새로운 포맷과 함께 한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4년여의 시간동안 좁은 공간에서 북적거리며 제작했던 것이 너무나 답답했는지 제작진은 과감하게 넓디넓은 한옥으로 자리를
옮기는 용단을 내렸습니다.
가을특집으로 진행된 <12:1 스타를 부탁해>는 장소 뿐만 아니라 기존과는 전혀 다른 포맷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유도했는데,
한명의 스타를 두고 다수의 지인들이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첫 회에는 이승철이 주인공으로 출연했습니다.
제작진은 12:1이라는 구조때문에 다소 산발적인 토크로 어수선해질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하고, 스타와 관련된 각각의 독립된 주제
를 정한 뒤 그에 어울리는 지인들을 순차적으로 등장시키는 세밀함을 보였습니다.
해피투게더는 언제나 꾸준한 지지층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포맷으로 진행되었던 이번주 방송에서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시청률도 소폭 상승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이후 시청자게시판을 통해 올라온 의견들은 대부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였습니다. 제작진이 의도했던 것처
럼 새롭고 신선한 시도였다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은 거의 볼 수 없었으며, 역시나 목욕탕에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진행했던 이전 방
식이 훨씬 재밌다는 의견이 100%에 가까웠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다라고 지적을 일일이 할 수 없을만큼 총체적인 난국
에 빠졌다는 표현이 오히려 적합해보일 정도로 시청자게시판에는 성토의 목소리가 높기만 했습니다.

언급했듯이 다수:1의 토크방식은 상당히 산만하고 어수선해지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소위 시비단으로 등장하는 12명의 지인들 중 연예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반인도 섞여 있기에, 빠르게 치고
받으며 웃음이 동반되어야 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칫 동참하지 못하고 소외되거나 통편집될 위험성도 다분히 있습니다.
또한 주제를 정하고 그에 관련된 토크가 진행되다가도 이내 삼천포로 빠져버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집중도가 떨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이러한 포맷은 MC들에게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구조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게다가 스타 한 사람의 이야기만 주구장창 들려주는 포맷은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서 진행중이기 때문에 전혀 흥미로운 구성도 아
닙니다.



넓은 장소로 바뀌다보니 자리배치에서도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목욕탕 탈의실에서 진행되었던 기존 장소에서는 비좁은 탓에 어깨를 맞대고 손을 뻗거나 몇 발자국만 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에, MC나 출연진들이 토크가 진행되던 와중에도 의도치 않은 몸개그를 동반하여 깨알같은 웃음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옥이라는 넓은 공간에서 진행되었던 이번 포맷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전혀 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아예 꿈도 못 꾼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MC와 스타 그리고 지인들의 공간적인 거리감은 생각보다 커보이기만 했습니다.



배꼽잡고 웃긴다고 해서 뜬금없이 지인들이 바닥을 구를수도 없고, 공감가는 내용이라고 해서 MC와 출연진들이 중간에서 만나
하이파이브를 할 수도 없는 먼 거리였습니다.
물총을 맞는 사람 때문에 옆에 앉아있는 다른 출연자가 맞지 않도록 감싸주었던 유재석의 배려도 도통 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좀처럼 방송에서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여배우들이 어색함을 무릅쓰고 용기내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었던 것도 빠른
시간 안에 편안함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협소한 목욕탕이라는 공간 덕분이었습니다.
한옥이라는 넓고 개방된 장소로 옮긴 탓에 목욕탕 안에서 벌어졌던 자잘하고 깨알같은 웃음과 보는 재미 쏠쏠했던 요소들이 한번
에 사라져버린 것은 생각 이상으로 시청자들에게는 충격이었고 실망감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던 부분입니다.
물론 변경된 포맷으로 단 한차례의 방송만 두고 여러가지 문제점만 다그치기에는 조금 무리란 것을 알고는 있습니다.
몇차례 방송이 진행되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듬어질테고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타를 부탁해>의 포맷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해피투게더를 오랜시간동안 지켜봐왔던 다수의 시청자들은 영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어 어디부터 다시 손을 대야할 지 제작진으로서는 난감하고 곤혹스럽기만 할 것입니다.  

목욕탕을 벗어나 따뜻한 햇살을 맞을 수 있다며 좋아했던 MC들이 과연 이 포맷을 얼마나 만족해할까요? 
모험에 가까운 상당히 부담스러운 포맷으로 진행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유재석을 비롯한 나머지 MC들과 제작진이 사전에 충분한
상의를 거쳤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남녀개그맨 4명이 MC를 맡고 있기 때문에 다소 위험부담이 있어보이는 난해
한 포맷이긴 하지만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첫 회이긴 했지만 이전보다 유재석을 받쳐주는 박명수의 역할은 더욱 부각되었고 스스로도 전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움
직임을 보였습니다. 감초 역할을 맡고 있는 박미선과 신봉선 역시 전보다 더욱 치고빠지는 속도를 높임으로써 제 역할을 다해주는
노련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틀이 완전히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을 필두로 한 나머지 MC들은 상당히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빠
른 시간안에 분위기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이처럼 과감하고 무리해 보이기까지 한 포맷의 변화를 꾀할 용기를 제작진이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재석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유재석은 전보다 더욱 바빠졌습니다.
평균 5명 전후였던 출연진에서 배 이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어느 한사람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이전보다 더욱 바쁘고 순발력있게
하지만 안정적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 갔습니다.
혹여라도 연예인들에 비해 일반인들이 소외되고 방치되지는 않을까 그는 잠시도 눈과 입을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다소 버거워 보일 정도로 산만한 토크가 난무하는 와중에도 유재석은 맺고 끊는 역할을 분명히 해주었으며, 다수의 출연진들로
오히려 나머지 MC들이 말을 치고 나오기 어려운 순간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균형을 맞춰주는 노력도 잊지 않았습니다.
한 명의 스타들 둘러싸고 다수의 시비단 그리고 MC들 사이에서 유재석의 역할은 이전보다 더욱 커져버렸지만, 그는 자신이 직접
발벗고 나서서 리드해 나가야 할 순간과 슬쩍 빠지고 다른이에게 포커스를 넘겨야할 기가막힌 타이밍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습
니다. 이번 가을특집편에서는 아직 미완성의 포맷이기 때문에 순간순간마다 토크의 흐름이 지루해지고 정체되는 순간이 심심치
않게 있었는데, 그런 위기상황에서 유재석은 끊임없이 다음 바통을 넘길 대상을 생각하느라 눈과 입이 너무나 바빠보였지만 결과
적으로 그러한 순간대처능력은 더욱 빛을 발했으며 전체를 아우르며 이끌어가는 능력은 두말할 필요없이 발군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명의 스타를 두고 지인이 출연하여 에피소드를 들려준다거나 평소에 스타를 둘러싼 오해와 루머등을 속시원하게 해명
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 있어서, 이번 해피투게더 <스타를 부탁해>특집은 기존 승승장구와 무릎팍도사 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난
잡하게 섞어놓은 듯 하여 차별화된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습니다.
4년이란 시간동안 머물렀던 자리를 과감히 박차고 일어나 새로운 곳으로 모험을 떠나긴 했지만 제작진이 얻고 돌아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보입니다.
유재석을 비롯한 나머지 MC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포맷의 어색함과 공간적인 이질감을 해소하고자 부단히도 애를
쓰긴 했지만 시청자들의 원성을 잠재우기에는 조금 역부족이었습니다.



날씨도 점점 쌀쌀해지고 자칫 감기에 걸릴 수 있는 일교차 큰 가을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 휑한 한옥으로 나와 찬바람 맞아가며 진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쉽게도 시청자들은 그들이 목욕탕을 벗어나는 것을 아직 원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보완하고 시청자들의 진정성 담긴 의견을 겸허히 살펴본 후, 따뜻한 봄날에 맞춰서 다시한번 바깥 외출을 모색해보는 것
은 어떨까 싶습니다. 지금 밖으로 당장 나오기에는 여러 여건들이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