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3. 3. 4. 10:08

"고마워요 아버지... 고맙습니다."

아버지를 향한 서영이의 한마디 안에는 지난 세월 모질게만 대해왔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증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함께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결코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부녀지간의 높은 벽은 아버지의 끝없는 사랑을 마음속으로 이해하는 순간 눈녹듯 사라져 버렸다.


 


서영은 자신만큼이나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욱 강하고 견고했던 아버지의 자존심을 뒤늦게나마 알게 되었다. 삼재는 너무나 영리하고 똑똑한 딸과 아들 앞에서 결코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 일이란 것이 어찌 마음대로만 될 수 있을까? 그는 지난 세월 방황했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미처 전해지 못했던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었다. 비록 그것이 변명으로 치부될지언정 자신의 진심만큼은 무엇인지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우랑 제가 없었더라면, 아니 쌍둥이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는 어떻게든 야간대학을 졸업해서 아버지가 원하는 가구만드는 일 하면서 엄마랑 행복하게 살았을텐데. 아버지도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가 아니라 젊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거나 아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으면..."


그랬다. 자신 못지 않게 아버지에게도 펼치고 싶었던 꿈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삼재는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쳐보지도 못한채 가족들을 위해 살아가야 했고, 모진 인생의 굴곡 속에서 허우적거려야만 했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참으로 멀리 돌아온 듯 하다. 길을 잃고 방황했던 지난 세월속에서 가족들에게 돌아오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참으로 많은 것을 잃었고 스스로도 많이 아파해야만 했다. 하지만 가족은 그를 잊지 않고 있었고 늦게나마 다시 돌아온 그의 지친 마음을 어르고 달래주었다.

서영이는 아버지가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마음속으로 이해해 주었다. 이제껏 누구에게도 마음껏 털어놓지 못한채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응어리를 서영이는 보듬어 주고 끌어안아 주었다. 생사의 기로에서 기적같이 일어난 삼재는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아픔을 딸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다시 얻은 것이다.

그렇게 딸은 지난 세월 힘들게 살아온 아버지의 등 뒤에 얼굴을 묻고 온전히 따뜻한 가슴으로 그를 안아주었다.


 


삼재와 식구들은 오랜만에 아내의 산소를 찾았다. 

비로소 아내와 지내왔던 아름다운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삼재에게 생긴 것이다.

그것도 혼자의 몸이 아닌 내 목숨보다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아내의 모습을 그리며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어느새 삼재의 눈앞에는 젊은시절 아내와 둘이 다정하게 걸었던 모래재길이 펼쳐졌다. 지금은 홀로 걷고 있지만 자신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가족들이 곁에 있기에 그의 뒷모습은 결코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다시 찾은 모래재길은 그날 그때처럼 온화하고 따뜻하였으며 삼재의 곁에는 그 옛날 사랑했던 아내가 함께 있는 것만 같았다.


 


부모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유난히도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날, 서영은 삼재가 손수 만들어준 흔들의자에 앉아 이제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딸을 소중히 품에 안고 있었다.


내 딸 서영이에게 아빠가..

한글자 한글자 의자에 아로새겨진 아버지의 마음은 고스란히 딸에게 전해졌을것이며, 온전히 손녀에게도 이어질 것이다. 딸을 위해 손수 의자를 만들며 그리고 내 딸의 소중한 이름을 새기는 그 순간 삼재의 마음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젊은 시절 그토록 하고 싶었던 꿈으로 빚어낸 의자 위에 딸의 이름을 가슴에 새겨나가는 그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이 담겨져 있는 그 의자에 앉아 이제는 어머니로 살아가게 되는 서영이의 마음은 또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할까. 자신이 받은 아버지의 사랑은 고스란히 자신이 품고 있는 딸에게 전해질 것이며, 따뜻한 햇살아래 평온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서영이의 모습을 끝으로 드라마는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게 된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로 끝맺음을 하게 된 <내딸 서영이>.

다소 식상한 결말일 수도 있었겠지만, 시청자들 모두 마음속으로 그토록 바래왔던 행복한 결말이었을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드라마를 지켜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일깨워주며, 시청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었던 <내딸 서영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힐링이 되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단순히 시청률이 높아서가 아닌 진심으로 마음을 동하게 하며 웃고 울리게 하였던 <내딸 서영이>, 바로 국민드라마의 표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