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7. 2. 3. 08:49



2017년에 들어서도 배우 이병헌의 발걸음은 지난해보다 더욱 보폭을 줄이며 바쁘게 시작되고 있다.

1일 윤제균 감독의 새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이병헌의 캐스팅이 공식적으로 발표가 되었는데,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싱글라이더>와 현재 촬영 진행중인 <남한산성>을 포함하면 벌써 세번째 출연이 결정된 셈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전성기가 지나버린 복싱선수인 형(이병헌 분)과 지체장애를 앓고 있지만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동생(박정민 분)이 엄마를 통하여 화해하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그리게 되는 휴먼 가족 드라물이다. <마스터>에서 보여주었던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장르를 180도 바꾼 <싱글라이더> 개봉을 목전에 두고 있으면서 연이어 감성적인 연기로 재차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이병헌이 새 영화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질때마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벌써? 또?? 


그도 그럴 것이 2016년부터 시작된 그의 열일은 <싱글라이더>, <미스컨덕트>, <매그니피센트7>, <마스터>, <남한산성>, <그것만이 내 세상>까지 총 6편에 이른다.

조연이나 까메오가 아닌 주연으로 여섯 작품이나 쉬지 않고 내몰아친다는 것은 분명 보통 일은 아니다.

장르를 넘어서 극과 극인 케릭터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인물들을 소화해 내는 것은 얼핏 생각만 해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작품에 몰두하여 촬영이 끝난 후 배역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간 여러 배우들의 입을 통하여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연륜이 더한 선배들마저도 길게는 후유증이 1년 넘게 간다고 하는데 이병헌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그 역시도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에 여러 배역들을 쉬지 않고 소화해내는 동안 감내해야하는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홀로 결승점도 보이지 않는 이어달리기를 하듯 개봉과 동시에 다음 영화의 크랭크인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반복적으로 전해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열정 하나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쯤되니 최근까지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의 흥행성적이 궁금해진다. 


 

 


 ○ 2012 광해, 왕이 된 남자 - 1,230만

 ○ 2013 지아이조2 - 185만

 ○ 2013 레드: 더 레전드 - 300만

 ○ 2014 협녀, 칼의 기억 - 43만

 ○ 2015 내부자들 - 700만

 ○ 2016 미스컨덕트 - 15만

 ○ 2016 매그니피센트7 - 92만

 ○ 2016 마스터 - 714만

 <영화진흥위원회 2017.1.31기준>


흥행성적은 생각 이상으로 롤러코스터급이다.

물론 열일하는 연기마스터 이병헌이라도 모든 영화를 성공적으로 흥행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정도면 준수한 성적이 아닐까?

게다가 다작의 길을 나서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을만한 연기력 논란도 없으니 무차별적인 문어발식 확장이 아닌 진짜로 열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병헌은 2009년작 <아이리스>를 끝으로 TV를 떠나 영화에만 몰두하고 있다.

작년 이보영 출연 예정인 드라마 <진격>에 출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남한산성> 촬영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최종 고사하여 여전히 TV를 통해서 그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TV로 복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 욕심을 좀 더 부리다가는 정말로 큰 일을 치룰 수도 있을 테니까.


욕심을 덜 부려서인지 아직 배우로서의 한계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떤 역할을 맡든 순도 100% 자신의 케릭터로 빈틈없이 완성하여 대중들과 조우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마스터>에서 필리핀식 영어를 티테일하게 구사하기 위해서 필리핀 배우들의 도움을 받아 특유의 억양까지 섬세하게 조정해 나갈 만큼 이병헌은 치밀하고 완벽함을 추구한다. 물론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진회장의 인상적인 백발 설정도 그의 제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26년 배우 인생에 있어서 그 어느때보다 이병헌은 가장 바쁘고 화려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그의 인생작은 처음으로 백상예술대상 남자최우수연기상이라는 영예를 안겨 준 2005년작 <달콤한 인생>이라고 한다. 케릭터 자체에 대한 진한 애착 뿐만 아니라 그는 이 영화를 통해서 헐리우드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고 해외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당당히 알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언제쯤이면 이병헌의 새로운 인생작이 등장하게 될지 궁금하다.

물론 적토마같은 그의 질주가 지치지 않고 롱런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개인사가 안정되어야 할 것이며, 더불어 그를 더이상 불편하게 바라보지 않는 중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응원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세상사 언제까지 홀로 내달릴수만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