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5. 4. 1. 08:14



소통-웃음-감동, 세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동상이몽 괜찮아괜찮아>


늦은 시간 첫 방송을 탄 유재석과 김구라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는 가족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을 숨기고 감추는 대신 모두의 앞에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자연스럽게 해소 방안을 모색해보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첫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이미 세간의 관심은 프로그램 자체보다는 온통 유재석과 김구라의 조합이 어떻게 그려질지에 대한 것 뿐이었는데 모두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유재석과 김구라라는 당대 최고의 두 MC를 기용한 제작진은 그들을 프로그램 전면에 내세워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신에 오히려 두 사람의 거리를 적당히 두게 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투 샷은 방송 초반에만 잠시 있었을 뿐 시종일관 유재석은 무대 위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앉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역할을 하였고, 김구라는 거리를 두고 그들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면서 직설적이고 솔직한 의견들을 가감없이 제시하는 역할을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두 사람을 나란히 붙여두는 대신에 적당히 거리를 두게 하는 제작진의 묘수는 기가 막힌 신의 한수였다.


서로의 의견에 대해 투덜거리며 티격태격하는 모습들이 여러차례 나오기는 했지만 두 사람의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삼천포로 빠질 뻔한 만담들은 늘어지거나 지루함없이 짧게 끝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상이몽'의 주체는 두 MC가 아닌 바로 용기를 내어 세상밖으로 고민을 들고 나온 가족들이다.

제작진이 MC들의 인기와 입담에만 기대어 프로그램을 이끌고 나가려 했다면 이 프로그램은 혹평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어렵사리 끄집어 낸 아픔과 고민들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주객이 전도되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작진은 애초 화제가 되었던 유재석과 김구라를 붙여 놓는 대신 일정거리를 두게 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시선과 관심이 온통 두 MC에게 집중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시청자들은 웃고 넘길 수 있는 그저 남의 얘기가 아닌 바로 우리 집의 고민일 수도 있는 이야기들만 곱씹어 보고 들음으로써 집중도는 배가 될 수 있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시작하여 새벽 1시 가까이 방송이 되는 동안 잠시도 지루하다라는 생각이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던 것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게다가 주요 소재가 웃고 넘길 수 만은 없는 가족내의 갈등을 다루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는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웃음과 감동까지도 모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기 때문에 방송이 끝날 때까지도 지겹다라는 생각보다는 다음에는 또 어떤 소재들로 방송을 타게 될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동상이몽' 첫 회를 보고난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억지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서로가 몰랐던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고민하고 아파하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만으로도 갈등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특정 예능프로그램의 포맷과 비슷한 부분들은 당분간 한계점으로 남기는 하겠지만,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욕심마저 과감하게 버린 '동상이몽' 제작진의 용단에 박수를 보내며, 하루 빨리 정규편성되어 가족내의 갈등을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본격적으로 마련되기를 바래본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