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4. 7. 5. 08:30



SBS <런닝맨> 이후 4년 만에 도전하는 유재석의 새로운 예능 KBS2 <나는 남자다>가 드디어 8월 정규편성이 확정되었습니다. 지난 4월 파일럿으로 방송되면서 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을 얻기는 했지만, MBC <라디오스타>와의 시청률 격차가 불과 1%도 나지 않으면서 괜찮은 경쟁력을 보여주며 정규편성에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세월호 참사에 이어 2014 브라질 월드컵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나는 남자다>의 정규편성은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지연되었는데 마침내 8월 정규 편성이 확정되면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8월 정규편성이 확정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4회에 걸친 주제를 홈페이지에 알리며 본격적으로 방청객을 모집하고 있는 와중에도 아직 방송시간과 요일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한 매체에서는 KBS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주중 예능 하나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나는 남자다>가 편성될 것이라고 했지만, 얼마되지 않아 박태호 KBS 예능국장이 직접 평일 심야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가 폐지된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고 논의한 적도 없다며 반박하고 나서면서 여전히 혼돈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나는 남자다>의 편성 요일이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오랜 시간동안 목요 예능을 단단히 책임지고 있는 <해피투게더3>의 수장을 맡고 있는 유재석의 또다른 주중 예능이 '해투'와 연이어서 방송된다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국민MC 유재석이라고 해도 이틀 연속으로 방송에 모습을 비추고, 포맷은 다르지만 유재석의 재치있는 입담과 순발력있는 진행으로 프로그램 전반을 이끌어나가는 맥락은 같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이내 식상하고 실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남자다>의 편성 요일은 과연 언제가 될까요?

현재 KBS2 수요일 예능은 3월 중순에 종영된 <맘마미아>를 마지막으로 전무한 상태입니다.

이후 파일럿인 <두근두근 로맨스>를 비롯하여 특집영화 그리고 월드컵특집 프로그램으로 근근히 7월까지 이어져왔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나는 남자다>가 수요일에 편성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어 보였습니다. 게다가 우연인지는 몰라도 첫 파일럿 방송도 수요일이었고 <라디오스타>와의 시청률 격차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력 또한 증명된 셈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금요일에 방송됐던 <풀하우스>가 7월 9일부터 수요일 심야예능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과 함께 기존 시간대에는 새 청소년드라마 <하이스쿨:러브온>이 방송된다는 보도가 흘러 나오면서 <나는 남자다>의 수요편성은 물 건너간 듯 보입니다. 물론 이마저도 다음주가 돼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이미 수요 녹화분을 마쳤다는 <풀하우스>측의 보도가 나오고 있으니 확정된 쪽으로 무게가 실립니다.


   


<나는 남자다>는 주중 심야 예능으로 편성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이제 남은 자리는 <안녕하세요 (월)>, <우리동네 예체능 (화)>, <해피투게더3 (목)>, <사랑과 전쟁2 (금)> 이 중에 하나라는 것인데, 오래전부터 심심치않게 폐지설이 나돌았던 <사랑과 전쟁2>와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동네 예체능>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월요예능 1위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는 <안녕하세요>와 8년 넘게 목요 예능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유재석의 <해피투게더3>를 폐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박태호 예능국장의 말처럼 주중 예능 폐지는 사실무근이며 논의한 적도 없다고는 하지만, 불가피하게 '예체능'과 '사랑과전쟁2' 중 어느 하나는 편성 요일 혹은 시간대를 옮기거나 그도 아니면 폐지 수순을 밟게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중을 따지기에는 힘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월드컵 특수는 커녕 오히려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예체능'이지만 강호동이라는 또 한 명의 국민MC가 버티고 있고, 갈등의 소재가 바닥이 나버려 더이상 참신함을 찾아보기 힘든 '사랑과전쟁2' 이지만 시즌제 드라마로 굳건히 자리잡으면서 여전히 시청자들의 큰 참여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태호 예능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유재석을 필두로 야심차게 선보이는 <나는 남자다>의 자리를 여전히 찾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자칫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욕심부리다가 허무하게 모두 놓쳐버릴 수 있음을 누구보다 그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마지막까지 심도있는 조율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번 결정으로 유재석의 입지 뿐만 아니라 KBS2TV의 침체되어 있는 주중 예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수뇌부의 의중 또한 다분히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유재석에게 이번 <나는 남자다>는 자신의 예능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프로그램이 준수한 성공만 거둬준다면 그동안 10년 가까이 연이 없었던 KBS 연예대상에서 마침내 영광의 트로피를 떠 안을 확율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해투' 하나만으로는 매번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나는 남자다>가 힘을 보태준다면 주중 심야 예능 두 개라는 중책을 맡은 만큼 큰 어려움없이 유재석에게 영광이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나는 남자다>가 아무런 화제가 되지 못한채 시청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면 탄탄대로를 쉼없이 질주해왔던 그의 예능 인생은 예상치 못한 큰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시청자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예능 프로그램들의 수장으로써 밤낮없이 달려오고 있지만, 변화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전보다 더욱 강력하게 빗발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꺾인 날개를 추스리고 다시 날아오르기까지에는 전보다 더 큰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유재석에게 <나는 남자다>는 여타의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더욱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아 보입니다.

뚜껑은 열어봐야겠지만 여전히 <나는 남자다>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게다가 4회차에 걸쳐 야심차게 오픈한 주제들이 큰 흥미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는데, 이미 일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안녕하세요>에서 한 두번쯤은 다뤄봤던 내용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러한 식상한 주제들을 가지고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이야기들을 제대로 풀어나갈 수나 있을지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겉으로는 절대 여자들은 시청하면 안된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오히려 제발 좀 봐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괜한 노파심일까요? 남자 이야기를 제대로 화끈하게 풀어나가고 있는 JTBC <마녀사냥> 마저도 벌써부터 식상하고 지루하다는 의견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나는 남자다>의 갈 길이 참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어찌됐든 이제 판은 벌려졌습니다.

모두가 무리라고 손사래치며 말리던 그 순간에도 유재석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며 자신이 몸담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언제나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물론 그 모든 영광이 유재석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을지라도, 자신보다는 언제나 프로그램과 시청자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성실하게 임해왔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편성 요일이 언제가 될지 미지수이지만 유재석이 새롭게 도전하는 <나는 남자다>가 과연 그의 예능인생에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가 될지 아니면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로 남게 될지는 이제 온전히 그의 몫으로 남게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Posted by 믹스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