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이슈2014. 6. 26. 08:42



조선에서 검을 제일 잘 쓰는 사내의 아들이지만 사랑하는 이들이 총 앞에서 하나 둘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게 되자, 내 몸처럼 아껴왔던 칼을 버리고 총을 선택하여 복수를 한다는 설정은 다소 진부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KBS2 새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는 최첨단 촬영장비들과 집약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전 출연진들의 부족함 없는 열연으로 단번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을 하였습니다.


우선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첫 회 5분은 두말할 것도 없이 가장 중요합니다.

과연 얼마만큼 강렬한 인상으로 짧은 시간동안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관건이기 때문인데, <조선총잡이>는 주연인 이준기와 남상미 대신에 최재성을 필두로 하여 수구파와 개화파의 극한 갈등을 총과 칼의 대결로 표현함으로써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변화를 외쳐대는 개화파를 숙청하기 위한 방편으로 수구파가 선택한 것이 되려 개화의 상징인 총을 선택하였다는 것은 이 드라마의 핵심이자 아이러니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조선총잡이=대작>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으레히 칼과 총을 두고 과한 CG가 예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퓨전사극에서 시청자의 두 눈을 단 번에 사로 잡기 위해 욕심을 부릴 수 있는 선택 사항 중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선총잡이>는 불필요한 CG대신에 마치 영화를 한 편 보는 듯한 시원하고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에만 오로지 집중하였습니다.


넓은 들판에서 저격수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단적인 예입니다.

화살과 총알이 교차하는 장면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여 사실감을 더한 것인데, 총과 칼의 대결을 더욱 살리기 위해 과한 욕심을 부렸다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을테지만, 대신 간결하고 빠른 진행과 함께 시원시원하고 묵직한 영상미에 집중한 것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어두운 밤 아버지를 저격하려던 사내와 맞딱뜨린 윤강(이준기 분)의 결투장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몇몇 퓨전사극에서 보아왔듯이 훨훨 날아다니는 주인공의 모습 대신, 와이어에 의존하는 것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실제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사실감을 더했습니다.

총을 피하기 위해 담장 뒤에 숨어서 닭을 던지거나 총알을 장전하기 위해 일일이 수고를 하는 장면은 얼핏 굼떠보이고 답답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조선시대 총과 칼의 대결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묘사한 것이었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갖게 했습니다.


그동안 보아왔던 퓨전사극들은 첫 회 아역들의 빛나는 열연에 힘입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총잡이> 첫 회에는 주인공을 대신하는 아역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선 제일검인 박진한(최재성 분)의 아들로 자라온 윤강이 어린 시절 어떤 아픈 시간들을 보내왔기에 이리도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는지, 수인(남상미 분)은 역관의 딸로 자라오면서 어떠한 동기로 개화파에 자신의 목숨을 걸게 되었는지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어린시절이 무척이나 궁금한 부분입니다.

욕심을 내어 발군의 아역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불친절하게도 첫 회에서 그 모든 것들을 생략한 채 오로지 개화파와 수구파의 대결과 갈등을 칼과 총으로만 풀어내는데 집중을 하여 군더더기 없는 빠른 속도감만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제작진이 한 쪽에만 집중한 것은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구태의연하게 아역에서 성인연기자로 전환되는 구조를 보였다면 조금 식상할 수도 있었겠죠?


드라마의 성공키워드 중의 하나인 조연들의 인상 깊은 열연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인데, 그런 의미에서 <조선총잡이>는 주연과 조연이 도통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혼전양상을 띠고 있어 흥미를 더합니다.

우선 윤강의 절친이자 좌포청 포교로 등장하는 정훈(이동휘 분)은 익살맞고 개구진 케릭터로 등장하여 벌써부터 심심치않은 어록까지 생산해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수구파의 우두머리 김좌영(최종원 분)과 보부상단 수장이자 조선 최고의 저격수 최원신(유오성 분)의 묵직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대결까지, 누구 하나 놓칠 수 없을 만큼 출연하는 모든 인물들이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눈부시게 소화해내고 있어 또 하나의 명품 사극 탄생에 힘을 단단히 보태고 있습니다.


눈부신 조연들의 열연 못지 않게 이준기와 남상미의 환상적인 케미도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조선총잡이>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주인공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와 맞물리면서 시청자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을 것만 같습니다. 기존의 몇몇 편견을 깨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발판삼아 과연 얼마만큼 단시간내에 현재 수목극 선두를 달리고 있는 <너희들은 포위됐다>를 따라잡고 넘어서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사진은 인용을 목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출처 : KBS2 '조선총잡이'>


Posted by 믹스라임